성폭력 피해를 직장에 신고해도 구제 조치는 커녕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내 성폭력 제보 59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신고한 190건 가운데 103건(54.2%)은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 119에 이메일로 제보한 A씨는 “결혼한 상사가 좋아한다며 따로 만나자고 요구해 최대한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업무 대화만 하려는데 퇴근 이후나 주말에도 연락이 온다”며 “괴롭힘 아니냐고 말했다고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제보자인 B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저지른 상사를 신고해 징계 처분이 나왔다”며 “업무에 복귀하니 같이 일하는 부서장들이 신고 내용을 안다.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년을 맞은 이날 오전 서울교통공사노조와 함께 국회에서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분석결과와 제보 사례를 공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토론회에 나선 한 여성 노동자는 “직장에서 성희롱과 스토킹 피해를 당해 경찰에 고소하고 노동청에 신고했는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에 직장을 잃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신당역 사건은 명백한 직장 내 젠더폭력이자 작업장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였으나 법과 제도는 바뀐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 김은호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에 회사의 스토킹 범죄 방치와 근무환경 악화의 책임을 묻는 조항을 마련하거나 산업재해 예방계획에 젠더폭력 관련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